재혼 가정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자기 자녀로 들이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서류의 동의란입니다. 누구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지, 아이 본인이 직접 적어야 하는지가 나이 하나로 갈립니다. 민법은 열세 살을 경계로 두고 그 위와 아래에서 의사표시의 주인을 다르게 정해 놓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 번 적은 동의를 나중에 거둬들일 수 있는 시간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열세 살을 기준으로 무엇이 갈리나
의사표시의 주인이 바뀝니다.
민법 제869조 제1항은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본인이 입양을 승낙한다고 적었습니다. 승낙하는 사람은 아이이고, 법정대리인은 그 승낙에 힘을 실어 주는 자리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열세 살이 되지 않은 아이를 다르게 다룹니다. 이때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갈음하여 입양을 승낙합니다. 아이의 이름이 아니라 법정대리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가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 양자가 될 사람 | 누가 의사표시를 하나 | 법정대리인의 역할 |
|---|---|---|
| 13세 미만 | 법정대리인 | 갈음하여 승낙 |
| 13세 이상 미성년자 | 본인 | 승낙에 대한 동의 |
| 성년 | 본인 | 해당 없음 |
성년이 된 사람을 양자로 들이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라는 개념이 사라집니다. 대신 민법 제871조가 부모의 동의를 따로 요구합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와 부모의 동의는 다른가
층이 다릅니다. 제869조가 말하는 동의는 법정대리인의 지위에서 하는 것이고, 제870조가 요구하는 동의는 낳아 준 부모의 지위에서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두 지위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하나로 보이지만, 법은 두 개의 관문으로 설계해 두었습니다.
친권을 잃은 부모를 떠올리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그 부모는 더 이상 법정대리인이 아니지만, 제870조 제1항 제2호가 친권상실 선고를 받은 경우를 동의가 필요 없는 예외로 적어 두었기에 그쪽 관문도 함께 닫힙니다.
반대로 미성년후견인이 법정대리인인 사안에서는 후견인의 동의와 부모의 동의가 모두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 관문을 한 사람이 겸하고 있는지, 나뉘어 있는지를 먼저 그려 보셔야 빠뜨리는 서류가 생기지 않습니다.
동의나 승낙이 없어도 허가가 되는 때
제869조 제3항이 두 가지를 적었습니다.
- 까닭 없이 법정대리인 쪽에서 승낙이나 동의를 내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다만 그 법정대리인이 친권자라면 제870조 제2항의 사유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 법정대리인이 어디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등의 사정으로 그 의사를 물을 수 없는 경우입니다.
첫 번째 경우에는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가정법원이 법정대리인을 심문하여야 합니다. 서면만 보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며, 거부의 이유를 직접 듣고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정도로는 이 요건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거부의 배경, 아이와의 실제 관계, 입양이 이루어졌을 때 아이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한 번 한 동의를 거둬들일 수 있나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제869조 제5항은 제1항의 동의와 제2항의 승낙을 허가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면 거둬들일 수 있게 했습니다. 결정이 내려지면 그 문은 닫힙니다.
제870조 제3항도 같은 선을 긋습니다. 부모의 동의 역시 허가 전까지만 물릴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조항은 생각보다 자주 움직입니다. 서류에 도장을 찍은 뒤 몇 주 사이에 마음이 바뀌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회하겠다는 뜻은 말로만 전하지 말고 사건이 걸려 있는 가정법원에 서면으로 내셔야 기록에 남습니다.
허가는 어느 법원에서 받나
미성년자를 양자로 들이려면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867조 제1항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아이가 어떻게 자라 왔는지, 무엇을 위한 입양인지, 양부모 될 사람에게 키울 힘이 있는지를 따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게 했습니다.
관할은 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4호에 적혀 있습니다. 이 유형의 사건은 아이가 주소를 둔 곳의 가정법원으로 갑니다. 양부모가 사는 곳이 아니라 아이가 생활하는 곳이 기준입니다.
피성년후견인이 얽힌 사안은 또 다릅니다. 민법 제873조 제1항은 피성년후견인이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하거나 양자가 될 수 있게 했고, 같은 조 제2항이 제867조를 준용하여 법원의 허가를 요구합니다.
서류를 준비할 때 무엇을 확인하나
확인할 것
· 아이의 생일을 기준으로 청구 시점에 열세 살이 넘었는지
· 현재 법정대리인이 누구인지 가족관계등록사항별 증명서로 확인했는지
· 낳아 준 부모의 동의가 따로 필요한 사안인지
· 동의서와 승낙서의 작성 날짜가 허가 청구일보다 앞서는지
·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정을 보여 줄 자료가 있는지
열세 살 생일이 청구 전후로 걸쳐 있는 사안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느 조항을 적용할지가 바뀌면 서류의 구성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접수일을 며칠 미루는 것만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
열세 살 이상의 미성년자는 자기 이름으로 입양을 승낙하고 법정대리인이 그 승낙에 동의합니다. 열세 살이 되지 않은 아이는 법정대리인이 갈음하여 승낙합니다.
법정대리인 쪽이 까닭 없이 거부하거나 행방을 알 수 없을 때에는 그 동의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나, 친권자인 경우에는 부양의무 불이행이나 학대 같은 별도의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동의와 승낙은 허가가 나기 전까지만 물릴 수 있습니다. 아이의 나이와 법정대리인의 지위를 먼저 확정한 다음 서류를 꾸리시는 것이 순서이며, 판단이 서지 않는 부분은 청구 전에 변호사와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67조, 제869조, 제870조, 제871조, 제873조 · 가사소송법 제4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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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이가 올해 열세 살이 됩니다. 생일 전에 청구하면 누가 승낙하나요?
청구 당시의 나이를 기준으로 조항이 갈립니다. 생일 전이라면 법정대리인이 갈음하여 승낙하는 구조이고, 지난 뒤라면 아이 본인이 승낙하고 법정대리인이 동의합니다. 일정이 애매하면 생일 이후로 맞추는 편이 서류가 단순해집니다.
친권자인 어머니가 동의를 거부합니다. 법원이 대신 허가해 줄 수 있나요?
법정대리인이 친권자인 경우에는 단순한 거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3년 이상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학대 또는 유기가 있었다는 사유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때 법원은 어머니를 심문합니다.
동의서를 써 준 뒤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되돌릴 수 있나요?
입양 허가가 나기 전이라면 철회할 수 있습니다. 허가 결정 이후에는 이 조항으로 물릴 수 없으므로, 뜻이 바뀌었다면 지체 없이 해당 가정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십시오.
법원 허가는 어디에 청구해야 하나요?
양자가 될 사람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입니다. 양부모가 될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므로, 아이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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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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