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할 수 있는 나이는 열여덟 살입니다. 그런데 나이만 찼다고 해서 혼자 신고를 마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다면 부모의 동의가 한 겹 더 필요합니다. 그 동의 없이 신고가 접수되어 수리되면 혼인은 일단 성립하지만, 뒤늦게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다만 그 길은 오래 열려 있지 않고, 사정에 따라 아예 닫혀 버리기도 합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인지, 취소되면 아이와 재산은 어떻게 되는지를 차례로 봅니다.
나이와 동의는 별개의 요건이다
두 조문이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민법 제807조는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혼인적령입니다. 여기에 제808조 제1항이 한 겹을 더합니다. 아직 성년이 아닌 사람이 혼인하려면 부모가 동의해야 하고, 부모 가운데 한쪽이 동의권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면 나머지 한쪽의 동의로 갈음합니다. 둘 다 동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처지라면 미성년후견인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피성년후견인에 관하여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혼인할 수 있다고 따로 정했습니다. 성년이 되는 나이는 열아홉이므로, 열여덟 살과 열아홉 살 생일 사이의 기간이 바로 이 조문이 겨냥하는 구간입니다.
동의가 빠지면 무효인가 취소인가
취소 사유입니다. 민법 제816조 제1호를 보면 혼인이 제807조부터 제809조까지 또는 제810조를 어긴 때에 법원에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무효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동의 없이 한 혼인도 신고가 수리된 이상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부부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발생합니다. 누군가 법원에 청구해 취소 판결을 받아야 비로소 관계가 풀립니다.
혼인의 취소
성립한 혼인을 법원의 판결로 해소하는 절차입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는 무효와 달리, 판결이 확정된 뒤의 기간에 대해서만 효력이 사라집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나
범위가 좁습니다. 제817조를 보면 혼인적령과 동의 규정을 어긴 혼인에서 취소를 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당사자와 그 법정대리인뿐입니다. 근친혼 위반인 경우에 당사자와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넓히는 것과 대비됩니다.
동의를 하지 않은 부모는 보통 미성년 자녀의 법정대리인이므로 이 자격으로 청구하게 됩니다. 자녀가 성년이 되고 나면 법정대리 관계가 끝나므로 사정이 달라집니다.
| 위반한 조문 | 청구할 수 있는 사람 | 근거 |
|---|---|---|
| 혼인적령 위반 | 당사자, 법정대리인 | 제817조 전단 |
| 동의 없는 혼인 | 당사자, 법정대리인 | 제817조 전단 |
| 근친혼 금지 위반 | 당사자, 직계존속, 4촌 이내 방계혈족 | 제817조 후단 |
| 중혼 | 당사자, 배우자, 직계혈족, 4촌 이내 방계혈족, 검사 | 제818조 |
기한은 언제 끝나나
제819조가 문을 닫습니다. 제808조를 어긴 혼인이라도 당사자가 19세에 이른 뒤 또는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이 있은 뒤로 3개월이 흐르면 취소를 구할 수 없습니다. 혼인 기간에 임신한 사실이 있는 때에도 같습니다.
닫히는 사유가 둘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임신입니다. 임신 쪽은 기간과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 열여덟 살에 동의 없이 신고를 마쳤다면 그 시점부터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 당사자가 열아홉 살이 되면 그날부터 3개월의 시계가 돌기 시작합니다.
- 3개월이 흐르고 나면 동의가 없었다는 사유로는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혼인 중에 임신하면 그 순간 청구권이 사라집니다.
사기나 강박에 밀려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는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제816조 제3호가 사유를 두고, 제823조는 속은 사실을 알게 된 날이나 강박에서 벗어난 날에서 3월이 지나면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어느 법원에 누구를 상대로 내나
가사소송법 제22조가 관할을 정합니다. 두 사람의 보통재판적이 한 가정법원의 구역 안에 나란히 있으면 그곳입니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함께 살던 마지막 주소지가 기준이 되고, 그 구역 안에 어느 한쪽의 보통재판적이 남아 있으면 그 법원으로 갑니다. 둘 다 아니라면 소를 당하는 쪽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이 됩니다.
상대방은 제24조가 정합니다. 부부 중 한쪽이 소를 제기할 때에는 배우자를, 제삼자가 제기할 때에는 부부를 상대방으로 합니다. 상대방이 될 사람이 사망했다면 검사를 상대로 합니다.
혼인의 취소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입니다. 제50조 제1항에 따라 조정 신청이 앞서야 하고, 그 단계를 거치지 않은 소장이 접수되면 재판부가 먼저 조정에 부칩니다.
취소되면 그동안의 일은 어떻게 되나
과거는 남습니다.
제824조는 혼인 취소의 효력이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혼인 기간 중에 태어난 자녀의 지위나 그 사이에 이루어진 법률관계가 통째로 뒤집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점에서 무효와 결정적으로 갈립니다.
자녀 문제는 이혼에 관한 규정을 끌어다 씁니다. 제824조의2는 제837조와 제837조의2를 준용하여 자녀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을 정하도록 했고, 가사소송법 제25조 제1항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혼인 취소 청구를 심리할 때 법원이 친권자로 지정될 사람과 양육, 면접교섭에 관하여 미리 협의하도록 권고하게 합니다. 민법 제909조 제5항에 따라 혼인이 취소되는 사안에서는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하게 됩니다.
주의
취소 판결이 확정되어도 가족관계등록부가 저절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따로 신고를 해야 기록이 맞춰지므로, 판결문과 확정증명서를 받는 즉시 관할 시읍면이나 구청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손해배상은 따로 구할 수 있나
구할 수 있습니다. 제825조는 제806조의 규정을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경우에 준용합니다. 제806조 제1항은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제2항은 재산상 손해 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 책임도 인정합니다.
확인할 것
· 혼인신고 수리일과 당사자의 생년월일을 대조했는지
· 열아홉 살 생일로부터 3개월이 남아 있는지
· 혼인 중 임신 사실이 있는지
· 동의서가 실제로 첨부되었는지, 서명이 본인의 것인지
·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양육과 면접교섭을 함께 정리할 준비가 되었는지
제806조 제3항은 그 위자료 청구권을 양도하거나 승계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었습니다.
정리
열여덟 살이면 혼인이 가능하지만, 성년에 이르기 전이라면 부모나 미성년후견인의 동의가 한 겹 더 필요합니다. 동의가 빠진 혼인은 무효가 아니라 취소 사유이고, 나설 수 있는 사람도 당사자와 법정대리인으로 묶여 있습니다.
기한은 열아홉 살이 된 뒤 3개월이며, 혼인 중 임신하면 그 전이라도 청구권이 사라집니다. 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고 자녀 문제는 이혼 규정을 준용해 정리합니다. 날짜 하나로 결론이 갈리는 사건이므로 신고일부터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06조, 제807조, 제808조, 제816조, 제817조, 제818조, 제819조, 제823조, 제824조, 제824조의2, 제825조, 제909조 · 가사소송법 제22조, 제24조, 제25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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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혼인신고가 이미 수리되었는데도 취소가 되나요?
됩니다. 동의 없는 혼인은 무효 사유가 아니라 취소 사유여서 신고가 수리되면 일단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법원에 취소를 청구해 판결을 받아야 관계가 해소됩니다.
부모가 아니라 조부모가 취소를 청구할 수 있나요?
동의가 없었다는 사유로는 어렵습니다. 민법 제817조가 나설 수 있는 사람을 당사자와 법정대리인으로 묶어 두었고,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넓어지는 것은 근친혼을 어긴 경우입니다.
아이가 생기면 정말로 취소를 구할 수 없게 되나요?
제819조가 혼인 기간에 임신한 사안을 청구권 소멸 사유로 적어 두었습니다. 시간이 남아 있더라도 여기에 해당하면 동의를 문제 삼아 다투는 길은 막힙니다.
취소되면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신분은 어떻게 되나요?
제824조에 따라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소급하지 않으므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지위가 뒤집히지 않습니다. 양육과 면접교섭은 제824조의2가 준용하는 이혼 규정에 따라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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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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