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이거나 한쪽이 사업을 하는 경우, 결혼 전에 재산 문제를 문서로 정리해 두고 싶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그런데 변호사 사무실에서 공들여 쓴 약정서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힘을 쓰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시점을 놓쳤거나 등기를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829조는 다섯 개의 항으로 이 제도를 짜 두었는데, 항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릅니다. 어느 항 하나를 건너뛰면 문서 전체가 무용해지는 구조입니다. 다섯 개의 칸을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약정을 하지 않으면 무엇이 적용되나
법이 준비해 둔 기본값이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제829조 제1항은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 그 재산관계가 이어지는 조문들에 따른다고 정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규칙이 없는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기본값의 뼈대는 제830조와 제831조입니다. 각자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혼인 중 자기 이름으로 얻은 재산은 그 사람의 것으로 두고, 누구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은 공유로 추정하며, 각자가 자기 재산을 관리하고 쓰고 거두게 되어 있습니다.
바깥을 향해서는 제832조가 작동하고, 약정은 이 기본값 위에 다른 규칙을 얹는 작업이 됩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혼인이 성립하기 전입니다. 이 선이 아주 단단합니다.
제829조 제2항 본문은 혼인성립 전에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혼인 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앞쪽의 제1항과 합쳐 읽으면 결론이 하나로 모입니다. 약정 자체도 혼인 전에 해야 하고, 그 내용을 손보는 일도 혼인 중에는 원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마친 뒤 부부가 합의해 작성한 문서는 이 제도의 약정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의 일반 계약으로 다루어질 뿐이라 효력의 범위가 전혀 다릅니다.
주의
가장 흔한 실수가 시점입니다. 상견례를 마치고 예식 날짜까지 잡아 두었더라도 혼인신고가 되지 않았다면 아직 혼인 전이므로 약정과 등기가 모두 가능합니다. 반대로 신고를 먼저 하고 식을 나중에 올리는 경우에는 신고한 그 순간 문이 닫힙니다.
등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살아 있지만, 밖으로는 힘이 없습니다.
제829조 제4항이 그 경계를 긋습니다. 부부가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한 때에는 혼인성립까지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첫째, 기한이 혼인성립 시점입니다. 신고를 마친 뒤에 등기하러 가면 이미 늦습니다. 둘째, 대항하지 못하는 상대에 승계인이 들어갑니다. 상속인이나 채권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5항은 뒤에 생기는 변화에도 같은 요구를 붙입니다. 제2항이나 제3항에 따라, 또는 약정에 따라 관리자를 바꾸거나 공유재산을 나눈 경우에도 등기를 하지 않으면 승계인이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 제829조 | 무엇을 정하나 | 빠뜨리면 생기는 일 |
|---|---|---|
| 제1항 | 약정이 없으면 법이 정한 재산관계 | 기본값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
| 제2항 | 혼인 중 변경 금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 허가 | 허가 없이 고친 부분은 효력이 없습니다 |
| 제3항 | 부적당한 관리에 대한 관리자 변경과 공유물 분할 청구 | 재산이 축나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
| 제4항 | 혼인성립까지의 등기 | 승계인과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
| 제5항 | 관리자 변경과 공유재산 분할의 등기 | 바뀐 내용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
등기는 어디에 어떻게 하나
신청하는 창구가 따로 있습니다.
부부재산약정등기는 부동산등기와 별도의 장부에 올라갑니다. 신청하는 곳과 서식은 비송사건절차법과 대법원규칙이 정하고 있으므로, 어느 등기소가 관할인지와 필요한 서류를 접수 전에 확인하시는 편이 빠릅니다.
일반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당사자 두 사람이 서명하거나 날인한 부부재산약정서
- 등기신청서와 신청인의 인감증명, 주소를 소명하는 서류
- 아직 혼인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관계 서류
- 약정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목록과 그 내역을 보여 주는 자료
- 등록면허세 납부 영수증과 등기신청수수료
등기가 끝나면 증명서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나 상속인을 상대로 약정을 내세울 때 쓰이는 서류입니다.
혼인한 뒤에 사정이 달라졌다면
문이 완전히 잠긴 것은 아닙니다. 열쇠가 법원에 있을 뿐입니다.
민법 제829조 제2항 단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떤 사정이 정당한지는 조문이 열거하지 않아 개별 사안의 자료로 소명하게 됩니다.
절차의 칸은 가사소송법에 있습니다. 제2조 제1항이 민법 제829조 제2항 단서에 따른 부부재산약정의 변경에 대한 허가를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적어 두었고, 관할은 제44조 제1항 제3호가 제22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가정법원으로 보냅니다. 부부가 같은 관할 구역에 있는지, 마지막으로 함께 살던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법원이 정해지는 구조입니다.
허가를 받아 고쳤더라도 제5항의 등기가 남습니다.
상대가 재산을 위태롭게 만들 때
제3항이 이 상황을 위해 마련된 조항입니다.
약정에 따라 한쪽이 다른 쪽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 관리가 부적당해 재산이 위태롭게 된 때, 재산의 주인은 자기가 관리하겠다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 재산이 부부의 공유라면 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청구도 가사사건입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은 제829조 제3항에 따른 재산관리자의 변경과 공유재산의 분할을 위한 처분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두었습니다. 관할은 제46조에 따라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고, 제50조 제1항이 조정을 먼저 신청하도록 요구합니다.
확인할 것
· 혼인신고 예정일과 등기 접수 예정일이 앞뒤가 맞는지
· 약정의 대상 재산이 특정되어 있는지
· 관리와 수익, 처분의 권한을 누구에게 두었는지
· 뒤에 취득할 재산까지 포함되는지
· 등기사항증명서를 언제 발급받아 보관할지
· 변경이 필요할 때 무엇을 정당한 사유로 삼을지
정리
제829조 제1항은 약정이 없으면 법이 정한 재산관계가 적용된다고 하고, 제2항 본문은 약정을 혼인 중에 바꾸지 못하게 합니다. 시점을 놓치면 이 제도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제4항은 혼인성립까지 등기를 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만 유효한 문서와, 채권자와 상속인에게까지 내세울 수 있는 문서의 차이가 여기서 갈립니다. 제5항은 관리자 변경과 공유재산 분할에도 같은 등기를 요구합니다.
혼인 뒤의 변경은 제2항 단서의 법원 허가를 거쳐야 하고, 그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처리됩니다. 관리가 부실한 때에는 제3항이 관리자 변경과 공유물 분할의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혼인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남은 날짜부터 세어 보시고, 약정서 문안과 등기 일정을 변호사와 함께 잡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829조, 제830조, 제831조, 제832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22조, 제44조, 제46조, 제50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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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결혼식은 올렸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안 했습니다. 지금도 되나요?
됩니다. 제829조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예식이 아니라 혼인의 성립이므로, 신고가 되지 않았다면 약정과 등기가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등기는 혼인성립까지 마쳐야 합니다.
공증만 받아 두면 등기를 안 해도 되나요?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밖으로는 다릅니다. 제829조 제4항이 등기를 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어, 채권자를 상대로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약정으로 이혼할 때의 재산 문제까지 미리 정해 둘 수 있나요?
재산의 귀속과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이 이 제도의 본래 자리입니다. 다만 어디까지 효력이 미치는지는 내용에 따라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문안 작성 단계에서 검토를 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혼인 중인데 사업 실패로 약정을 고치고 싶습니다.
제829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소명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가사소송법상 라류 가사비송사건이며, 허가를 받은 뒤 제5항의 등기까지 마쳐야 밖으로 효력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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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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