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친자 관계를 끝내기로 서로 마음이 맞았다면 신고 한 장으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이 그렇게 알고 오시는데, 창구에서 신고서가 수리되지 않아 되돌아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민법이 협의로 끝내는 길을 모두에게 열어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아예 다른 절차로 보내는 구조입니다. 그 문이 어떤 경우에 닫히는지, 닫혔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조문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파양에 문이 몇 개나 있나
두 개입니다. 성질이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제898조의 협의상 파양입니다. 양부모와 양자가 뜻을 모아 끝내는 방식이고,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905조 이하의 재판상 파양으로, 가정법원에 청구해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속도와 부담이 다르니 대부분 앞쪽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제898조 본문 뒤에 붙은 단서가 실제 사건의 상당수를 뒤쪽 문으로 보냅니다.
협의상 파양
양부모와 양자가 합의로 양친자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재판을 거치지 않고 신고로 효력이 생기며, 사유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판상 파양과 구별됩니다.
누구에게 이 문이 닫히나
제898조 단서가 두 부류를 지목합니다.
양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와 양자가 피성년후견인인 경우입니다. 이 두 경우에는 양쪽이 아무리 합의해도 협의상 파양을 할 수 없습니다. 합의서를 공증받아도 결과는 같습니다.
양부모 쪽 사정은 조문이 다르게 다룹니다. 제902조는 피성년후견인인 양부모가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파양을 협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양부모가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는 사정은 문을 닫는 사유가 아니라 동의를 요구하는 사유로 처리한 것입니다.
창구의 심사 기준도 조문에 있습니다. 제903조는 제898조와 제902조, 그 밖의 법령을 위반하지 아니한 파양 신고를 수리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위반한 신고는 수리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왜 미성년자에게만 닫아 두었나
합의라는 형식이 늘 대등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자가 미성년자일 때 파양은 그 아이의 성과 본, 상속, 부양, 친권자가 한꺼번에 바뀌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협의라는 형식은 그 변화가 아이에게 이로운지를 아무도 심사하지 않은 채 지나가게 합니다.
아이는 반대할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입법은 미성년자와 피성년후견인에 관하여 협의의 통로를 막고, 법원이 사유를 확인하는 절차로만 가게 했습니다.
| 사정 | 협의상 파양 | 근거 |
|---|---|---|
| 양자가 성년이고 판단에 문제가 없음 | 가능 | 제898조 본문 |
| 양자가 미성년자 | 불가 | 제898조 단서 |
| 양자가 피성년후견인 | 불가 | 제898조 단서 |
| 양부모가 피성년후견인 |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가능 | 제902조 |
| 친양자 | 제도 자체가 적용되지 않음 | 제908조의5 제2항 |
문이 열려 있을 때는 어떻게 성립하나
신고입니다. 재판이 아닙니다.
제904조가 협의상 파양의 성립에 관하여 제878조를 준용합니다. 제878조는 입양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정한 조문이므로, 파양도 같은 방식으로 성립합니다.
같은 조가 취소 쪽도 함께 손봅니다. 사기나 강박으로 파양을 한 경우의 취소청구권 소멸에 관하여 제823조를 준용하므로, 사기를 안 날이나 강박을 면한 날부터 3월이 지나면 취소를 구하지 못합니다. 속아서 도장을 찍었다는 사안에서 이 기간이 먼저 문제가 됩니다.
닫힌 쪽은 어느 절차로 가나
제905조의 재판상 파양입니다. 사유가 넷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 양부모가 양자를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등 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
-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 그 밖에 양친자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제906조가 나이에 따라 나눕니다. 양자가 13세 미만이면 입양을 승낙했던 사람이 아이를 갈음해 청구하고, 그럴 사람이 없으면 제777조에 따른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청구합니다. 13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입양에 동의했던 부모의 동의를 받아 스스로 청구하되, 부모가 사망하는 등으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동의 없이 낼 수 있습니다. 제4항은 검사에게도 청구권을 주었습니다.
기간 제한도 있습니다. 제907조는 제1호와 제2호, 제4호의 사유에 관하여 안 날부터 6개월, 있었던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하게 합니다.
주의
친양자는 이 글의 구조가 통째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908조의5 제2항이 제898조와 제905조를 친양자의 파양에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고, 청구 사유도 학대·유기 등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와 친양자의 패륜행위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때 두 가지로 좁혀져 있습니다.
끝나면 무엇이 달라지나
관계가 정리되고, 그 자리를 다른 조문들이 메웁니다.
민법 제776조는 입양으로 생긴 친족관계가 취소나 파양으로 종료한다고 정합니다. 양가 쪽 촌수가 사라지는 시점입니다.
미성년자였다면 친권의 공백이 생깁니다. 제909조의2 제2항은 파양된 경우 친생부모의 일방이나 쌍방, 미성년자, 미성년자의 친족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파양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친생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절차가 길어집니다.
돈 문제는 제908조가 맡습니다.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제806조를 준용합니다.
어느 법원에 무엇을 내나
가정법원이고, 사건의 칸이 정해져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은 재판상 파양을 나류 가사소송사건으로, 파양의 무효를 가류 사건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제906조 제1항 단서의 허가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입니다.
관할은 제30조가 전속으로 정합니다. 양부모 중 1명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고, 양부모가 모두 사망했다면 그중 1명의 마지막 주소지입니다. 라류 허가 사건은 제44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양자의 주소지로 갑니다. 나류 사건이므로 제50조 제1항의 조정 전치가 적용되어 조정 신청이 먼저입니다.
정리
민법 제898조는 양부모와 양자의 협의로 파양할 수 있게 하면서, 양자가 미성년자이거나 피성년후견인이면 그 길을 닫았습니다. 양부모가 피성년후견인인 경우는 제902조가 성년후견인의 동의로 해결합니다.
협의가 가능한 사안이라도 제904조가 준용하는 제878조에 따라 신고를 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닫힌 쪽은 제905조의 네 가지 사유로 가정법원에 청구하며, 제906조가 나이에 따라 청구권자를 달리 정하고 제907조가 6개월과 3년의 기간을 둡니다.
파양이 이루어지면 친족관계가 끝나고, 미성년자였다면 제909조의2 제2항의 기간 안에 친권자 지정을 구해야 합니다. 어느 문으로 가야 하는지는 양자의 나이와 상태에서 갈립니다. 신고서를 쓰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76조, 제806조, 제823조, 제878조, 제898조, 제902조, 제903조, 제904조, 제905조, 제906조, 제907조, 제908조, 제908조의5, 제909조의2 · 가사소송법 제2조, 제30조, 제31조, 제44조, 제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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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양자가 만 열여덟 살인데 서로 합의했습니다. 신고만 하면 되나요?
미성년자인 이상 제898조 단서에 걸려 협의상 파양을 할 수 없습니다. 제905조의 사유를 들어 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하며, 제906조 제2항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양부모가 치매로 성년후견을 받고 있는데 파양을 협의할 수 있나요?
제902조가 그 경우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협의할 수 있고, 양자가 성년이라면 신고로 마칠 수 있습니다.
파양하면 아이가 친부모 밑으로 저절로 돌아가나요?
저절로 되지는 않습니다. 제909조의2 제2항이 친권자 지정을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고, 안 날부터 1개월, 파양된 날부터 6개월이라는 기간이 붙어 있습니다.
오래전 일인데 지금이라도 재판상 파양을 구할 수 있나요?
사유에 따라 다릅니다. 제907조가 안 날부터 6개월, 있었던 날부터 3년의 제한을 두었으므로 날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생사불명은 이 제한 밖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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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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