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집안 어른들 사이에서 먼 친척뻘이라는 말이 나오면 준비하던 두 사람이 먼저 당황합니다. 얼마나 먼 것이 먼 것인지, 촌수를 어디서부터 세는지 아무도 정확히 말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이 문제를 촌수라는 숫자로 정리해 두었고, 선을 넘은 혼인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다른 조문에 나누어 적어 두었습니다. 세는 방법과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를 함께 보겠습니다.
왜 숫자로 선을 그었나
기준이 흐리면 다툼이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깝다거나 멀다는 말은 집안마다 다르게 쓰입니다. 왕래가 잦으면 먼 친척도 가깝게 느껴지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촌은 남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세어 보면 답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감정이나 친밀도는 판단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선의 위치는 친족의 범위와 맞물려 있습니다. 제777조가 8촌 이내의 혈족까지를 친족으로 잡아 둔 것과 같은 자리입니다.
혈족
제768조는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으로 보고, 형제자매와 그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와 그 직계비속을 방계혈족으로 봅니다.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고 인척으로 따로 다룹니다.
8촌은 어떻게 세는가
계산법이 조문에 따로 있습니다.
제770조 제1항은 직계혈족의 세수를 자기로부터 위로, 또 자기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정하도록 합니다. 부모가 1촌이고 조부모가 2촌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옆으로 뻗은 관계는 제2항이 맡습니다. 공통의 직계존속까지 올라간 세수와 그 존속으로부터 상대에게 내려가는 세수를 더합니다. 조부모가 같으면 4촌, 증조부모가 같으면 6촌입니다.
| 관계 | 촌수 | 제1항의 선 안쪽인가 |
|---|---|---|
| 형제자매 | 2촌 | 안쪽 |
| 삼촌, 고모, 이모, 조카 | 3촌 | 안쪽 |
| 사촌 (조부모가 같음) | 4촌 | 안쪽 |
| 육촌 (증조부모가 같음) | 6촌 | 안쪽 |
| 팔촌 (고조부모가 같음) | 8촌 | 안쪽, 여기까지 |
| 그보다 먼 혈족 | 9촌 이상 | 제1항의 금지 밖 |
눈여겨보실 것은 마지막 줄입니다. 9촌부터는 제1항의 금지에 들지 않으므로, 같은 성씨와 본관을 쓴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혈족이 아닌 관계에도 선이 있나
제809조는 항을 나누어 세 개의 선을 긋습니다.
제2항이 인척 쪽입니다. 배우자의 혈족은 6촌까지, 혈족의 배우자도 6촌까지,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까지가 대상입니다. 눈여겨보실 대목은 그 뒤에 붙은 표현입니다. 지금 인척인 사람만이 아니라 한때 그런 관계였던 사람도 같은 제한을 받습니다.
제3항은 양부모계를 따로 적습니다.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사람과는 6촌까지,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사람과는 4촌까지 혼인할 수 없습니다.
제1항에도 괄호가 붙어 있습니다. 8촌을 셀 때 친양자의 입양 전 혈족을 포함한다는 문구입니다. 친양자 입양으로 종전의 친족관계가 정리되더라도, 혼인의 장애만큼은 핏줄을 따라 그대로 남겨 둔 것입니다.
선을 넘은 혼인은 어떻게 되나
무효와 취소가 갈립니다. 이 구분이 실제 결론을 크게 바꿉니다.
제815조 제2호는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을 위반한 때를 무효 사유로 적고 있습니다. 다만 이 호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조문 아래에 개정 시한과 그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취지가 함께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시한이 지난 만큼 현재의 조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움직이셔야 합니다.
제816조 제1호는 다른 길을 냅니다. 제809조를 위반한 혼인 가운데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법원에 취소를 청구할 사유로 둡니다. 제2항과 제3항 위반이 여기로 옵니다.
둘의 차이는 시점에 있습니다. 제824조는 혼인취소의 효력이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고 정하므로, 취소되더라도 그때까지의 혼인은 있었던 것으로 남습니다.
주의
가족관계증명서 한 장만으로는 촌수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양쪽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위 세대로 거슬러 발급받아 공통의 직계존속이 어디에서 만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가 수리된 뒤에 발견하면 되돌리는 절차가 훨씬 무거워집니다.
누가 언제까지 다툴 수 있나
취소 쪽에는 청구권자와 소멸 사유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 제817조는 제809조를 위반한 혼인에 대하여 당사자, 그 직계존속 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취소를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본인들이 문제 삼지 않아도 친족이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제820조가 그 통로를 닫는 사유를 둡니다. 당사자 사이에 혼인 중 포태한 때에는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 제824조에 따라 취소의 효력은 앞으로만 미치므로, 자녀의 신분관계가 소급해서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제820조의 구조는 자주 오해를 삽니다. 임신 사실이 금지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긴 가족을 흔들지 않으려고 취소라는 수단만 닫아 둔 것입니다. 금지 규정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절차로 가는 사건인가
가정법원입니다. 사건의 칸이 정해져 있습니다.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이 혼인의 무효를 가류 사건으로, 혼인의 취소를 나류 사건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 관할은 제22조가 다섯 갈래로 나눕니다. 부부의 보통재판적이 같은 관할 구역에 있는지, 마지막 주소지가 어디였는지에 따라 법원이 정해집니다.
- 무효의 소는 제23조에 따라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4촌 이내의 친족이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은 제24조가 정합니다. 부부 중 한쪽이 내면 배우자를, 제3자가 내면 부부를 상대로 하고, 상대가 될 사람이 사망했으면 검사를 상대로 합니다.
- 판결이 확정되면 제9조에 따라 가정법원이 가족관계등록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게 등록을 촉탁합니다.
확정판결의 무게도 다릅니다. 제21조 제1항은 가류와 나류 사건의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이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신분관계를 사람마다 달리 볼 수 없어서입니다.
정리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합니다. 그 범위를 셀 때 친양자의 입양 전 혈족까지 들어갑니다. 촌수는 제770조의 방식대로 공통의 직계존속까지 올라간 세수와 내려온 세수를 더해 구합니다.
제2항은 인척 쪽에, 제3항은 양부모계에 각각 선을 긋고 지금은 그 관계가 아니더라도 한때 그러했던 사람까지 대상으로 삼습니다. 위반의 효과는 제815조와 제816조가 무효와 취소로 나누어 두었는데, 제815조 제2호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표시되어 있어 현재의 조문 상태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취소는 제817조가 정한 사람들이 구할 수 있고, 제820조의 사유가 생기면 청구하지 못합니다. 재혼가정이나 입양이 겹친 사안은 서류만으로 관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신고 전에 변호사와 함께 관계도를 그려 촌수부터 확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68조, 제770조, 제777조, 제809조, 제815조, 제816조, 제817조, 제820조, 제824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9조, 제21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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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성이 같고 본관도 같으면 혼인할 수 없나요?
성과 본이 같다는 사정만으로 금지되지는 않습니다. 제809조 제1항의 기준은 촌수이므로, 가계를 거슬러 공통의 직계존속이 있는지와 그 촌수가 8촌 이내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혼한 전 배우자의 사촌과 혼인할 수 있나요?
제809조 제2항이 인척이었던 사람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어 그대로 제한을 받습니다. 인척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다는 사정은 이 조항의 적용을 지우지 못하므로, 신고 전에 촌수를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양자로 갔다가 파양되었는데 그 집안 사람과 혼인할 수 있나요?
제809조 제3항이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사람과 인척이었던 사람을 대상으로 둡니다. 혈족은 6촌까지, 인척은 4촌까지이므로 파양 여부와 무관하게 그 범위에 드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이미 혼인신고를 마쳤는데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어느 항을 위반했는지에 따라 무효를 다투는 절차와 취소를 구하는 절차가 갈립니다. 제820조처럼 청구를 막는 사유도 있으므로, 서류를 갖추어 변호사와 함께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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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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