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밖에서 아이가 생겼는데 출산까지 몇 달이 남은 상황에서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버지 쪽이 갑자기 아프거나 먼 곳으로 떠나게 되어, 태어난 뒤에는 절차를 밟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민법은 이런 경우를 위해 아이가 배 속에 있는 동안에도 아버지가 관계를 만들어 둘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조문은 짧지만 신고 방법과 효력의 시점, 되돌리는 통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 속에 있는 아이도 대상이 되나
됩니다.
제858조는 부가 포태 중에 있는 자에 대하여도 인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한 문장짜리 조문이지만 출생이라는 사건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여기서 나옵니다. 아직 이름도 생년월일도 없는 상태에서 관계를 먼저 만들어 두는 셈입니다.
출발점은 그 앞 조문입니다. 제855조 제1항은 혼인 외의 출생자를 그 생부나 생모가 인지할 수 있다고 하면서 부모의 혼인이 무효인 때에는 그 출생자를 혼인 외의 출생자로 본다고 덧붙였고, 제858조는 이 틀 위에 시점을 앞당기는 칸을 하나 더 얹었습니다.
인지
혼인 밖에서 태어난 자녀와 부모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세우는 행위입니다. 스스로 신고해서 하는 경우와 자녀 쪽이 소로 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 글은 앞의 것을 다룹니다.
어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하나
조문의 주어를 보셔야 합니다. 제858조는 부라고만 적었고, 어머니를 함께 넣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로 드러나므로 별도의 행위를 전제하지 않고 다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조문이 앞당긴 시점도 아버지 쪽을 향해 있습니다.
혼인이 뒤따르면 결론이 또 달라집니다. 제855조 제2항이 혼인 외의 출생자를 그 부모의 혼인으로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보므로, 출산 전에 혼인신고를 마칠 수 있는 사정이라면 인지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정리되는 길이 열립니다.
무엇을 해야 효력이 생기나
신고입니다. 제859조 제1항은 인지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마음을 먹거나 주변에 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시청과 군청, 구청에 서면이 접수되어야 비로소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또 하나의 방법이 제2항에 있습니다. 인지는 유언으로도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유언집행자가 신고를 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신고를 마치지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쓰이는 통로입니다.
두 방법 모두 결과는 같지만 절차가 다릅니다. 유언으로 하시려면 유언 자체가 민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어야 하고, 집행자가 정해져 있어야 실제로 신고가 이루어집니다. 방식에 흠이 있으면 뜻만 남고 효력은 생기지 않습니다.
태아 상태에서 해 두면 무엇이 달라지나
아이의 자리가 미리 확보됩니다.
민법에는 태아를 이미 태어난 것으로 보는 조문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제1000조 제3항은 상속순위에 관하여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고, 제762조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 같은 태도를 취하며, 제1064조는 유언에서 받을 사람에 관하여 제1000조 제3항을 준용합니다.
다만 이 조문들이 적용되려면 그 태아가 누구의 자녀인지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가 출산을 앞두고 갑자기 사망한 사안에서 관계가 세워져 있지 않으면, 남은 가족과 사이에서 지위를 다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미리 해 두는 실익이 여기에 있습니다.
| 시점 | 근거와 내용 |
|---|---|
| 출생 전 | 제858조. 배 속에 있는 동안에도 아버지가 할 수 있습니다. |
| 출생 후 | 제855조 제1항의 원칙적인 모습입니다. |
| 자녀 사망 후 | 제857조.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 한하여 가능합니다. |
| 취소 | 제861조. 사기나 착오를 안 날, 강박을 면한 날부터 6월. |
| 이의 | 제862조. 신고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
세상을 떠난 자녀에 대해서도 할 수 있나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제857조는 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는 인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손자녀나 증손자녀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 존재는 등록사항별 증명서로 확인합니다.
자녀가 후손 없이 세상을 떠났다면 이 통로는 열리지 않습니다. 관계를 세워 둘 실익이 남은 경우로 범위를 좁힌 것입니다. 상속이나 부양이 걸린 사안에서 이 조문이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못된 인지를 되돌릴 수 있나
두 갈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861조는 사기나 강박, 중대한 착오로 인지를 한 때에 사기나 착오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6월 내에 가정법원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인지를 한 본인 쪽이 쓰는 통로입니다.
제862조는 반대편을 위한 조문입니다. 자녀나 그 밖의 이해관계인이 인지의 신고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내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두 기간 모두 짧으므로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날짜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확인할 것
· 출산 예정일과 신고를 하려는 시점의 간격
· 혼인신고로 정리할 수 있는 사정인지 여부
· 유언으로 하실 계획이라면 유언의 방식과 집행자 지정
· 인지를 다투실 입장이라면 신고가 있음을 알게 된 날짜
· 상속이 걸려 있다면 아버지 쪽 가족관계등록 자료
실제 순서는 어떻게 되나
- 신고하실 관서에 태아를 대상으로 한 인지신고의 서식과 첨부서류를 먼저 확인합니다.
- 어머니의 인적사항과 임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합니다.
- 신고서를 접수하고 접수증과 처리 결과를 보관합니다.
- 출산 후에는 출생신고와 기재 내용이 서로 맞는지 대조합니다.
- 다툼이 예상되면 신고 전에 변호사와 함께 순서와 시점을 정합니다.
넷째 단계를 넘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태아 상태의 신고와 출생 후의 기재가 어긋나면 뒤에 정정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하므로, 출생신고를 마친 뒤 등록사항을 한 번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
제858조가 아버지에게 배 속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인지를 허용합니다. 제855조 제1항이 그 바탕입니다. 부모가 혼인하면 제2항에 따라 혼인 중의 출생자가 되는 길도 함께 열려 있습니다.
효력은 제859조 제1항의 신고로 생기고, 제2항이 유언에 의한 방법을 따로 둡니다.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는 제1000조 제3항과 제762조, 제1064조를 실제로 쓰려면 관계가 먼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되돌리는 기간은 짧습니다. 제861조의 6월과 제862조의 1년이 각각 다른 사람을 위한 통로이므로, 어느 쪽에 서 계신지부터 가려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762조, 제855조, 제857조, 제858조, 제859조, 제861조, 제862조, 제1000조, 제1064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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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임신 중에 인지신고를 하면 아이 이름은 어떻게 적나요?
태아는 아직 이름과 생년월일이 없으므로 어머니의 인적사항을 기준으로 특정하게 됩니다. 서식과 첨부서류는 관서마다 안내가 조금씩 다르니 신고하실 시청이나 군청, 구청에 미리 확인하신 뒤 접수하십시오.
아버지가 유언으로 인지하겠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되나요?
제859조 제2항은 유언으로도 인지할 수 있게 하지만, 그 경우에도 유언집행자가 신고를 하여야 효력이 생깁니다. 유언이 민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었는지와 집행자가 지정되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인지를 해 두면 아이가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나요?
제1000조 제3항이 상속순위에 관하여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므로 관계가 정리되어 있으면 그 지위에 서게 됩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가족관계등록 자료를 미리 갖추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제가 아버지가 아닌데 인지신고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인지를 한 본인이라면 제861조에 따라 사기나 착오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6월 안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녀나 이해관계인의 입장이라면 제862조가 신고를 안 날부터 1년의 기간을 두고 있으니 날짜부터 계산해 변호사와 상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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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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