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을 다투는 사건에서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은 법리가 아니라 정보입니다. 혼인 기간 내내 통장과 등기를 상대가 관리해 왔다면, 나눌 대상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소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가사소송법은 이 불균형을 메우려고 두 개의 조문을 나란히 두었습니다. 목록을 내게 하는 절차와 기관에 직접 물어보는 절차입니다. 어떤 사건에서 쓸 수 있고 어떤 순서로 이어지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건에서 쓸 수 있나
범위가 좁게 적혀 있습니다.
제48조의2 제1항은 재산분할, 부양료,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열거된 것은 세 가지뿐입니다. 이 점을 먼저 눈여겨보십시오.
위자료는 손해배상이어서 상대의 재산 규모를 밝히는 것이 요건이 아니고, 그래서 위자료만 구하는 사건에서는 이 조문을 근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청구취지를 어떻게 세우는지가 그대로 이 절차의 이용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재산분할을 함께 구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재산명시
당사자에게 자기 재산 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목록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명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이 재산을 찾아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적어 내게 하는 방식이라, 제출된 목록이 부실하면 다음 단계인 재산조회로 넘어가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강제집행의 재산명시와는 어떻게 다른가
이름이 같아 자주 혼동됩니다.
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의 재산명시는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에 기초해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는 채권자가 신청하는 절차입니다. 판결이나 조정조서 같은 것이 이미 손에 있어야 시작됩니다.
가사소송법의 재산명시는 그 앞 단계에 놓입니다. 아직 심판이 나기 전, 무엇을 나눌지 정하기 위한 심리의 도구입니다. 그래서 집행권원이 필요 없고 법원이 직권으로도 명할 수 있습니다.
제재도 갈립니다. 민사집행법 제68조 제1항은 명시기일 불출석이나 재산목록 제출 거부, 선서 거부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를 정합니다. 가사 절차에서 쓰이는 것은 과태료입니다.
| 구분 | 가사소송법 / 민사집행법 |
|---|---|
| 시작 조건 | 심리를 위해 필요한 때 / 집행권원을 갖춘 때 |
| 누가 움직이나 |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 / 채권자 신청 |
| 대상 사건 | 재산분할·부양료·양육비 / 금전 집행 일반 |
| 거부했을 때 | 과태료 / 감치 |
목록을 내지 않거나 거짓으로 내면
제재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제67조의3은 제48조의2 제1항에 따른 명령을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재산목록을 제출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정합니다.
거짓 제출이 함께 적혀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형식만 갖춘 목록을 내고 끝내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태료만으로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목록이 부실하다는 사정 자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이유가 되므로, 제출된 목록과 이미 확보한 자료가 어긋나는 지점을 정리해 두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재산조회로는 언제 넘어가나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제48조의3 제1항은 재산명시 절차에 따라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사건의 해결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당사자 명의의 재산에 관하여 조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명시 절차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순서가 조문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조회의 방식은 빌려 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사집행법 제74조를 준용하도록 했습니다. 개인의 재산과 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단체 등에 명의자의 재산을 묻는 구조입니다.
어느 기관에 어떤 절차로 물을지는 제3항에 따라 대법원규칙에서 정합니다. 비용과 결과의 관리에 관한 사항도 같은 항에 들어 있습니다. 신청할 때 비용을 미리 내야 하는 점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조회 결과를 마음대로 쓸 수 있나
쓸 수 없도록 제한이 조문에 못박혀 있습니다.
제48조의3 제4항은 누구든지 재산조회의 결과를 심판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합니다. 상대의 계좌나 보유 재산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정보를 다른 분쟁에 옮겨 쓰거나 주변에 알리는 일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기관 쪽에도 의무가 걸려 있습니다. 제67조의4는 조회를 받은 기관이나 단체의 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합니다.
주의
조회로 얻은 자료를 캡처해 지인에게 보내거나 다른 사건의 증거로 돌려쓰는 경우가 실제로 생깁니다. 제48조의3 제4항이 정면으로 금지하는 행위이며, 사안에 따라 별도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면에 인용할 때에도 그 사건의 쟁점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라 단계마다 시간이 붙습니다.
- 재산분할을 포함한 청구를 세우고,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부터 제출합니다.
- 상대의 재산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소명하며 재산명시를 신청하거나 법원의 직권 발동을 구합니다.
- 제출된 목록을 받아 이미 가진 자료와 대조하고 빠진 항목을 특정합니다.
- 목록만으로 해결이 곤란하다는 점을 들어 재산조회를 신청하고 비용을 납부합니다.
- 회신이 도착하면 분할 대상과 기준 시점을 다시 정리해 주장 서면을 보완합니다.
- 재산이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면 제62조의 사전처분이나 제63조의 가압류를 함께 검토합니다.
마지막 항목을 뒤로 미루지 마십시오. 조회 결과가 나올 무렵에는 이미 처분이 끝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리
제48조의2는 재산분할과 부양료,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신청에 따라 재산목록의 제출을 명할 수 있게 한 조문입니다. 집행권원을 전제로 하는 민사집행법의 재산명시와는 단계도 제재도 다릅니다.
목록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으로 내면 제67조의3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목록만으로 부족하면 제48조의3의 재산조회로 넘어가고, 그 결과는 제4항에 따라 심판 외의 목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단계마다 시간이 걸리므로 보전처분과 함께 순서를 설계하는 편이 안전하며, 첫 신청 전에 변호사와 함께 자료 목록을 맞춰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가사소송법 제48조의2, 제48조의3, 제62조, 제63조, 제67조의3, 제67조의4 · 민사집행법 제61조, 제68조, 제74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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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위자료만 청구해도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 있나요?
제48조의2 제1항은 재산분할과 부양료,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을 열거하고 있어 위자료만 구하는 사건에서는 근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재산분할을 함께 청구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상대가 목록을 대충 적어 냈는데 어떻게 하나요?
거짓 목록을 제출한 경우에도 제67조의3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다만 실질적인 해법은 목록만으로는 해결이 곤란하다는 점을 들어 재산조회로 넘어가는 것이므로, 확보한 자료와 목록이 어긋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출하십시오.
재산조회를 하면 어디까지 확인되나요?
조회 대상 기관의 범위와 절차는 대법원규칙에서 정하고 있으며, 개인의 재산과 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단체 등이 대상이 됩니다. 비용을 신청인이 부담하는 점도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조회로 알게 된 내용을 다른 소송에 써도 되나요?
제48조의3 제4항이 재산조회의 결과를 심판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른 절차에서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그 절차에 맞는 방법으로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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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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